J Korean Diabetes > Volume 22(1); 2021 > Article
만성질환과 의학전문직업성

Abstract

Attention to medical professionalism has recently increased in S. Korea. The concept of the word ‘professionalism’ can be difficult to translate into Korean. Professionalism for individual doctors is not difficult to explain, but professionalism of organizations or collective dimension of professionalism are difficult to conceptualize in Korean. This might be due to the different trajectory of professional history of S. Korea from western countries. The collective dimension of medical professionalism is artificially divided into three main areas: professional ethics, clinical autonomy, and self-regulation. The concept of self-regulation is unfamiliar not only to Korea, but also to other Confucian countries such as China and Japan, where all regulatory matters are the responsibility of government entities. Medical professional societies do not have the authority to conduct self-regulation. Contemporarily, doctors organizations are classified according to regulatory or trading function. Medical associations usually are categorized as a trade association or trade union, while the medical council is the medical regulatory authority that guides doctors and their practice. However, patient care is a priority regardless of classification. An organization centered on diabetes mellitus could be classified as a doctors' organization. Its role must be given to guide the best practice, also to prevent the bad practice for the management of diabetes mellitus based on the principle of self-regulation. To achieve this goal as a professional organization, members must be educated to understand the collective dimension of the medical professionalism.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

‘Medical professionalism’은 우리말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자체적인 언어 체계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인 professionalism의 번역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의학전문직업성’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전문주의’로 표기되기도 하나 최근 몇 년 사이 관심과 논의가 발전하면서 전문직업성이라는 단어가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1].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은 ‘전업소양’으로, 일본은 아예 번역을 포기한 채 영어발음을 차용하여 일본어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것은 19세기 후반부로, 과학으로 무장한 서양의학은 그 당시 존재하던 전통의학을 순식간에 추월할만한 효과와 효능을 보여주었다. 서구와 북미의 서양식 의학은 직접 혹은 일본을 통하여 전파되었는데, 서양의학의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사회적 배경은 생략된 상태로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서양의학은 과학적 학문으로 전파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의사, 이발사외과의사(barber surgeon), 약료사(apothecary)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길드와 같은 공동체를 만들어 자율적인 집단으로 성장하였다. 길드의 자체적 규약이 발전하여 의료윤리로 발전하게 된 역사는 19세기 이후 서양의학을 도입한 우리나라나 주변국가와는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다. 길드의 규약에 의하면 의사는 환자의 이득을 우선시하고, 자체적인 규율로 품위를 손상하거나 질 낮은 의료에 대해 규제하며, 공중보건에 대한 의무도 기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돈이 없고 가난한 자에 대한 봉사도 언급하고 있다.
길드의학으로 발전해온 유럽의 의학은 사회계약론과 맞물려 전문직의 배타적인 독점권이 보장되기 시작함과 동시에 전문직 집단은 최선의, 그리고 양질의 의료로 사회에 화답하는 암묵적인 사회계약의 담론이 형성되게 되었다. 의사 개인이 갖추어야 할 전문직업성은 정직, 존중, 근면, 환자 우선 등 동·서양의 문화 차이와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치들과 마찬가지로 배우지 않더라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동·서양 혹은 다른 지역이더라도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의사 개인으로서 지켜야 할 내용은 대부분 공감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였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교문화권에서 진정한 의사는 이미 상위 계층인 양반이나 선비로 수평적인 계층을 형성한 것이지, 의업을 중심으로 집단을 구성해 서구와 같은 길드를 형성하거나 자체 규약을 만들어 자치적인 집단을 형성하지는 않았다.

단체적(집단적)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

전문직이 직종을 중심으로 단체를 형성하고 자치권을 행사하여 현재까지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사회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단체의 형성과 단체가 갖추어야 할 단체적 전문직업성은 동아시아 문화에 근대화가 필요한 미완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단체적 전문직업성은 전문직의 자치와 자율을 근거로 하고 있어 과거부터 과거시험을 합격한 관리에 의한 관료주의 사회를 이룩한 동아시아 지역과 문화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단체적 의(학)전문직업성은 편의상 임상자율권(clinical autonomy), 직무윤리(professional ethics), 그리고 자율규제(self-regulation)의 3대 요소로 분류한다. 이 중 자율규제의 개념과 실천은 동아시아와 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2]. 개인주의가 잘 발달된 영·미나 서구사회는 일부 회원의 비도덕적 진료와 행동으로 의사 집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적 가치를 바탕으로 회원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몰지각한 회원으로 인하여 다른 회원들이 이유 없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 받는 상황에 대해 회원과 회원의 이해 갈등 관계로 해석한다. 동료 의사의 행동이 의사단체 구성원의 합의에 의하여 설정된 진료수준 혹은 진료표준(practice standards)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곧 회원이 선서한 규약에 어긋나는 행위로 자율적 징계로 처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에 대한 불만 사항이 발생하면 환자나 보호자는 언론, 경찰, 검찰, 소비자보호원 등 다양한 단체를 찾아가며, 우리 사회는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사 개인을 상대로 민·형사를 제기하는 것을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발달한 서구나 영·미는 의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곳이 단일화되어 의사면허기구가 이런 일을 담당한다. 물론 의료로는 의사를 형사고발 하지 않는다. 비록 의료의 결과가 불구나 사망을 초래하였어도 애당초 형사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동·서양에 관계없이 성추행, 사기, 부당한 약물처방, 보험사기 등은 의사 역시 형사 입건의 대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의사자율기구와 사회적 신뢰

유럽이나 영국에서 의사는 지속적으로 높은 사회적 신뢰도와 최고의 평가를 받는 집단의 하나로 가장 저급한 평가를 받는 정치인 집단이나 낮은 평가를 받는 변호사 집단에 비할 수 없다. 이런 높은 신뢰도의 근간에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신분을 위해 구성한 의사회(medical association)와 의사가 구성한 단체이나 환자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자율기구(regulatory authority)가 있다. 의사회와 자율기구를 별도로 설립·운영함으로써 사회적 권위와 신뢰를 획득하는 기반을 굳건히 쌓고 있기 때문이다[3]. 19세기 말 이미 유럽은 의사의 이익을 위한 이익단체와 공익을 위한 자율단체를 만들어 의사단체의 2원화 구조를 만들어 발전시켰다. 이에 반해, 한국, 중국, 일본 모두 별도의 자율적인 의사단체인 면허기구가 없다는 것은 전문직의 자율보다는 공무원인 관리의 지배가 우선인 강력한 유교 문화의 전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받은 의학교육으로는 단체적 전문직업성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에, 면허기구가 잘 발달된 나라에서는 의과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면허기구에 등록해야 한다. 예비의사로 간주되는 학창시절에 보여주는 문제행동이 훗날 면허 발부 거부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이처럼 의사들 스스로 보여주는 자치활동이 법의 규제로 통제하는 정부의 영향력보다 훨씬 크다. 전문직의 속성상 전문직은 법보다 윤리 혹은 자율적 규제에 더 순응한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잘 증명되었다.

이익단체와 면허기구(Trade Union/ Association vs Regulatory Authority)

미국에서 의사의 대표적인 이익집단은 미국의사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이고, 자율규제를 위한 면허기구는 주의학협회(State Medical Board)이다. 이러한 이익집단은 임의단체인 데 반하여 면허기구는 법정단체(statutory body)이다. 미국에는 51개 주와 본토에서 거리가 먼 도서지방, 그리고 의사 수가 많아 복수의 면허기구가 존재하는 주 등을 포함하여 도합 70여 개의 면허기구가 존재한다. 영국은 아예 스스로를 노조(trade union)로 표기하는 영국의사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와 자율면허기구인 영국의학협회(General Medical Council)로 이원화되어 있다.
나아가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전문과목별 학회도 이익단체와 공적 단체인 자율기구로 분리된 양상을 보인다. 미국가정의사회(American Academy of Family Medicine)는 이익단체인 데 반하여 미국가정의학협회(American Board of Family Medicine)는 공적인 자율단체로 주로 전문의시험, 세부전문의시험, 전문의재시험, 보수교유평점 관리 등을 담당한다. 이런 의사단체의 분리 현상은 이미 언급한 서양의학의 발전사에서 보여주는 이익단체와 자율 단체의 이원화 과정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본격적인 이익단체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의사단체의 기능적 구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법적 근거에 의하여 설립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이익단체와 일부의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혼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면허기구가 존재하는 나라들은 의료의 결과로 의사를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4]. 설령 불구나 사망에 이른 경우라도 면허기구의 행정처분과 별도의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거나 배상기구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의사에 대한 불만 제기는 면허기구로 단일화되어 있고 면허기구에 대한 신뢰도 높기 때문에 의료의 결과로 의사 개인에 대한 민사, 형사입건 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기제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의사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은 의사집단이 합의하에 세워둔 의료표준이 근거가 되는데, 한 사례로 미국 야구경기장에서 과열된 분위기로 인해 상대방 응원팀과 몸싸움이 벌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의사임을 밝힌 회원이 주의학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일이 있다. 싸울 때 굳이 자신이 의사라는 신분을 스스로 밝혀 불필요하게 의사 집단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사례로 자신의 혈당 조절도 못하는 의사에게 주의학협회가 남(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의사가 자신의 혈당도 조절하지 못하니, 남을 치료하기 앞서 우선 자신부터 혈당을 조절하라는 경고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다.

당뇨병과 전문직업성

의료서비스가 잘 발달된 선진국의 특징 중의 하나는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시작되었다. 1990년대 유럽에서 그리고 이어서 일본에서 보여주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하에서 이제 만성질환은 완치가 목표가 아닌 평생 관리를 필요로 한다. 고령화 사회의 진입은 자연스럽게 의료와 사회복지가 결합된 통합돌봄(integrated care)의 도입을 이끌었고, 이 통합 돌봄의 핵심적인 역할은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와 효율적 관리를 위한 비대면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관리는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만성질환 관리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가 보여주는 모습은 의료의 능동적인 개입보다는 환자가 먼저 직접 찾아와 요구하는 것들을 해결하는 수동적인 모습이다. 만성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인 당뇨병의 관리는 특히나 의사의 노력이 들어간 만큼 결과 지표인 당화혈색소의 안정성을 보여 줄 수 있다. 당뇨병의 관리는 검진 및 진단과 약물복용 관리, 합병증 관리, 생활습관교육, 정기적 당화혈색소 확인과 필요하다면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제고하기 위한 비대면 진료도 동원되고 있다.
실제 환자와의 면담에서 환자 교육에 대한 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수가 구조의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전문직업성의 문제 때문인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 간단히 축소화된 진료의 흔적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환자에게 단체 문자메시지 통보 등을 이용하여 환자 교육을 간단히 대체해 버리는 의사와 환자와의 상호작용이 당뇨병의 관리에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이런 경우 간단한 문자메시지로 환자 교육을 실시했다는 증거 자료를 남길 수 있고, 시범사업 참여를 지속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는 자료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여전히 의사로서 갖는 전문직업성과 상치되는 부분이 존재하여 개운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성인을 상대로 특히,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노령층과의 만성질환 관리가 의사에게 매우 도전적일 수 있고 좌절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진료의 수월성 추구는 당연한 명제이고 당뇨병 관리에서 안정된 당화혈색소 등의 결과 지표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문직업성과 당뇨병학회

전문직업성이라는 명제에서 당뇨병 관리에 대한 의사 개개인의 의무는 당연히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보장하는 것이다. 당뇨병을 담당하는 의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과 진료에 대한 합의된 수(표)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당뇨병을 담당하는 의사가 보여주는 진료가 수(표)준 이하의 진료이거나 만성질환 관리제도를 오·남용하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당뇨질환을 담당하는 의사들의 모임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집단적 전문직업성의 발휘가 요구되는 것이다. 의료에 대한 의사 개인의 도덕적이고 일정 수준의 이상의 진료가 개인적 차원의 전문직업성의 성취라고 한다면, 이런 의사들의 집단에서는 일부 회원에 의한 수준 이하의 진료나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대한 취약성, 혹은 제도의 악용 등에 대한 자율적인 조절과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통상 이런 수준 미달의 진료 문제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면허전문기구의 조사와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처벌보다는 계도와 회원에 대한 교육이 우선이다. 즉, 당뇨병 전문학회는 당뇨병에 대한 최신 식견을 끊임없이 제공하여야 하고 도덕적이고 수준 높은 진료를 계도하는 한편, 수준 낮은 의료나 일부 회원의 일탈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의사들의 모임에는 단체적 전문직업성도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성질환관리 제도가 미흡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이를 의제화하여 조직적으로 개선하려는 역량도 필요하다. 가장 쉬운 것은 불평, 불만 토로와 비난이겠으나, 전문직 단체가 추구하는 것은 이보다 높은 초월적 가치를 요구 받는다. 제도가 정의롭지 못하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구하여야 한다. 이는 반드시 단체적 전문직업성의 중요한 요소인 전문직 의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1. Ahn D. Development of medical professionalism in South Korea. J Korean Med Assoc 2011;54:11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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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eo Y. Establishing a basis for self-regulation: revision of Medical Law. J Korean Med Assoc 2016;59: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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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hn D. Collective professionalism and self-regulation. J Korean Med Assoc 2016;59:5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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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hn D. Criminalization of medical error and medical regulatory authority. J Korean Med Assoc 2019;62:4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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