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당뇨병 관리 패러다임 변화: 혈당강하 대 기관보호
Paradigm Shift in Management of Hyperglycemia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Glucocentric versus Organ Prot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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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first research for managing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T2DM) was the UK Prospective Diabetes Study. Subsequent studies have investigated the effects of intensive glucose control on diabetes-associated morbidities and mortality. Study results were intended to change a paradigm to control glycated hemoglobin and prevent diabetes-associated complications, but limited in microvascular diseases rather than diabetes-associated cardio-renal diseases and deaths. Comprehensive management of risk factors other than hyperglycemia (hypertension, dyslipidemia, chronic kidney disease) was emphasized to prevent 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CV) diseases and end-stage renal disease in T2DM. Since 2008, based clinical trials demonstrating CV safety, sodium-glucose transporter 2 inhibitors or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have shown beneficial effects on macrovascular and renal complications in patients with T2DM. A recent new paradigm of diabetes care focuses on cardio-renal outcome-oriented care, namely organ-protection, instead of the typical glucocentric view endorsed by major societies across the world including the Korean Diabetes Association and disseminated into clinical practice even in primary care. Although there are many mechanisms by which those glucose-lowering agents protect CV and renal disease in patients with T2DM to be clarified, it is time to redefine diabetes care and to verify the CV effect of anti-diabetic medications beyond glucose lowering.
서론
당뇨병 치료의 목적은 혈당조절을 통해 소모증상을 완화하고, 당뇨병 유병기간 동안 당뇨병 특이 만성합병증, 즉 미세혈관합병증을 예방하며, 최종적으로 정상여명을 유지하는 것이다[1]. 소모성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혈당을 180 mg/dL로 유지하며, 만성합병증 예방을 위해 당뇨병 유병기간 동안 적정한 혈당수준을 유지하도록 식사 및 운동요법과 함께 적합한 약물을 적절한 시점에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뇨병환자들은 심혈관질환(cardiovascular diseases, CVDs)과 당뇨병콩팥병(diabetic kidney disease, DKD) 등으로 정상수명을 유지할 수 없다[2]. 따라서, 이상적인 항당뇨병약제는 혈당강하효과 외에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는 근본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과거 ‘혈당중심적(glucocentric)’ 2형당뇨병 환자관리로부터 최근 강조되는 ‘기관보호(organ protection)’라는 ‘당뇨병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기별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본론
1. 혈당강하효과: “efficacy”
2형당뇨병 환자관리의 혈당조절 목표를 정의한 획기적 연구인 UK Prospective Diabetes Study (UKPDS) [3]는 그 이전 관찰연구에서 밝혀진 고혈당과 미세혈관합병증의 분명한 상관관계를 근거로 계획되었다[4,5]. 그러나 UKPDS에 따르면, 2형당뇨병 환자에 대해 진단 초기부터 설포닐유레아 (sulfonylurea)나 인슐린(insulin)으로 엄격하게 혈당조절한 경우(공복혈당 < 106 mg/dL)가 그렇지 않은 경우(공복혈당 < 270 mg/dL)보다 혈관 및 비혈관지표를 포함한 통합결과(composite outcomes)를 감소시켰으나, 대혈관합병증이나 당뇨병연관사망을 유의하게 낮추지는 못했다[3].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주요 항당뇨병약제는 설포닐유레아, 인슐린, 메트포민, 그리고 티아졸리네디온(thiazolinedione, TZD) 계열이었다. 당시에는 현재의 혈당조절지표인 당화혈색소(glycated hemoglobin A1c, A1C)조차 사용되기 전이었고[6], 최근 CVDs 연구들의 일차목표인 주요심장사건(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MACE)이 도입되기 전이었으며, 또한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 등에 대해 각각 스타틴제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ngiotensin receptor blockers, ARBs)조차 사용되기 전이었다[7]. 그렇지만 진단 초기의 엄격한 혈당조절이 심근경색 등의 예방에 ‘계승효과(legacy effect)’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8]. 당뇨병환자에서 엄격한 혈당조절의 CVDs 예방에 대한 이점을 밝히지는 못했으나, 1990년대에는 고혈당 외의 다른 위험인자를 조절하려는 중재연구의 결과가 주목받았다. 이미 UKPDS 75 연구에서는 당뇨병환자에서 혈압조절이 혈당조절 이상으로 CVDs 예방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9], 스타틴의 저밀도지단백질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LDL-C) 감소를 통한 당뇨병환자에서 CVDs 이차 또는 일차예방효과 등이 밝혀졌다[10]. 따라서, 엄격한 혈당조절보다는 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물론 항혈소판제제 등을 통해 CVD 위험인자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11]. 이러한 근거로 2형당뇨병 환자의 관리에서 혈당조절은 ‘혈당강하 측면’이 강조되었고, 이를 위해 대한당뇨병학회의 지침에서는 고혈당 정도에 따른(A1C, 8.0%, 8.0∽10.0%, 10% 기준) 항당뇨병약제 선택이 권고되었다(Fig. 1) [12].
이후 2형당뇨병 환자에서 A1C값과 CVD 사건이나 사망이 선형관계가 있다는 관찰에 근거해[2], A1C를 보다 적극적으로 낮추어 CVDs를 예방하려는 연구들이 계획되었다. 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 (ACCORD) [13], Action in Diabetes and Vascular Disease: Preterax and Diamicron Modified Release Controlled Evaluation (ADVANCE) [14], 그리고 Veterans Affairs Diabetes Trial (VADT) [15] 연구들은 1990년대부터 사용된 저혈당 위험이 낮은 TZD 또는 alpha-glucosidase inhibitors와의 병용요법으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여 CVDs 예방이 가능한지를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 결과, 엄격한 혈당조절로 인해 오히려 체중증가, 저혈당, 그리고 부정맥 등 부작용이 증가했으며, CVDs의 이점보다 위해가 더 높았고, TZD 계열 약물인 rosiglitazone 등의 CVDs에 대한 위해 논란까지 제기되었다[16]. 결국 2형당뇨병 환자에서 항당뇨병약제 선택에 있어 개별화된 목표를 설정하는 것[17] 및 미국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등에서는 새로운 항당뇨병약제의 CVD 안전성 증명 조건이 만들어졌다[18].
2. 균형 있는 관리: “safety”
항당뇨병약제의 심혈관질환 안전성 평가지침의 첫 번째 대상은 DPP-4억제제(dipeptidyl peptidase-4 inhibitor)였다. 2006년 이후 임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DPP-4억제제는 혈당강하효과가 0.8% 정도이나 저혈당이나 체중증가 위험이 낮아, 최근에는 국내 메트포민과 병용요법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이다[19]. DPP-4억제제는 위약이나 다른 항당뇨병약제 대비 MACE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으나 약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는데, 일반적으로 CVDs 안전성에 대해서는 중립이었다(Table 1). DPP-4억제제 중 삭사글립틴(saxagliptin)은 Saxagliptin Assessment of Vascular Outcomes Recorded in Patients With Diabetes Mellitus-Thrombolysis in Myocardial Infarction (SA-VOR-TIMI) 53에서 위약군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 유의하게 증가했다(3.5% vs. 2.8%, P = 0.007) [20]. DPP-4의 억제로 P 물질(substance P)과 신경펩타이드 Y (neu-ropeptide Y)가 증가하여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계열효과(class effect)’로 인해 심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고되었으나[21], 일부 DPP-4억제제는 콩팥에서 나트륨뇨 배설 증가로 혈압상승을 상쇄하여 심부전 위험을 증가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22]. 결국, DPP-4억제제와 심부전의 연관에 대한 논란이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2형당뇨병 환자의 만성합병증으로서 당뇨병심근병증을 새로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UKPDS 연구에서 A1C가 1% 증가함에 따라 심부전은 1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4], 엄격한 혈당조절만으로는 심부전 예방효과가 관찰되지 않아 당뇨병심근병증은 혈당조절 외 다른 병인기전이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의 발생기전이나 항당뇨병약제의 예방효과는 미완의 문제로 남았다[13-15]. 따라서 항당뇨병약제의 혈당강하효과가 강조되었던 이전과 달리 체중증가 또는 저혈당 등 부작용 발생이 낮고 CVDs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즉 ‘균형 있는 안전한 항당뇨병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Fig. 1) [23].
3. 혈당조절을 넘어 기관보호효과: “organ protection”
2005년과 2012년부터 각각 사용되기 시작한 인크레틴-기반 치료제인 GLP-1수용체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GLP-1RAs)와 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SGLT2)억제제는 둘 다 저혈당 위험이 낮고 체중감량효과가 높은 장점이 있다. 2015년 이후 발표된 2형당뇨병 환자관리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서막을 연 Empagliflozin Cardiovascular Outcome Event Trial in Type 2 Diabetes Mellitus Patients-Removing Excess Glucose (EMPA-REG) outcome trial이나 Liraglutide Effect and Action in Diabetes (LEADER) 연구들은 SGLT2억제제나 GLP-1RA가 이미 이상지질혈증 또는 고혈압이 조절되고, 심지어 항혈소판제제를 복용 중임에도 혈당조절을 넘어 CVDs 이점을 증명하기에 이르렀다(Table 1) [24]. SGLT2억제제와 GLP-1RA는 고위험군 2형당뇨병 환자에서 MACE의 감소를 보여주었고, 더 나아가 CVDs 일차예방효과까지 제시하였다. 또한 SGLT2억제제는 콩팥 기능이나 콩팥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의 결과물과 함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까지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25]. SGLT2억제제와 GLP-1RA의 CVDs나 DKD에 대한 이점은 혈당조절이나 고전적인 CVDs 위험인자에 대한 효과 외에 부가적인 기전들이 보고되고 있다[26]. 이 두 가지 약제는 최근 당뇨병이 없는 심부전 또는 과체중/비만군에서 각각 심부전이나 CVDs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기까지 하였다[27,28].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근거하여 2형당뇨병 환자에서 항당뇨병약제 선택지침이 기존의 혈당중심적(glucocentric)에서 동반질환 진행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기관보호(organ protection)로 변하게 되었다. 이는 대한당뇨병학회의 최근 진료지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형당뇨병 환자의 진료 시 식사 및 운동요법과 함께 메트포민을 초기치료로 선택하되,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심부전이나 DKD 등의 위험인자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각각 GLP-1RA나 SGLT2억제제를 선택하도록 권고하였다. 이 두 약제의 선택 시에는 CVDs 이점이 확인된 개별약제를 선택해야 하며, 이후 혈당조절을 위해서는 그 외 계열의 약제를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병합요법을 권고하였다. 심부전이 있거나 고위험군에서는 TZD 계열 약제를 배제할 것을 또한 명시하였다(Fig. 1) [29].
결론
‘의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학이다(Medicine is an ever-changing science)’ [30]. 새로운 연구와 임상경험 등에 따라, 절대적이었던 의학기준이 때때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UKPDS부터 최근의 심혈관질환결과물연구(cardiovascular outcome trials, CVOTs)로 인해, 1921년 인슐린 발견 이후[31] 2형당뇨병 관리는 엄격한 혈당조절을 위해 ‘효과(efficacy)’를 강조한 ‘혈당중심적(glucocentric) 개념’에서 체중증가, 저혈당, 그리고 CVDs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안전(safety)’을 고려한 개념을 거쳐, 최근에는 당뇨병환자의 사망과 연관된 CVDs 및 DKD 등 ‘기관보호(organ protection)’라는 패러다임으로 변했다. 결국, 2형당뇨병 환자의 관리에서 고혈당이라는 본질에 앞서 실존하는 CVDs와 DKD 의 합병증을 해결하는 데 좀 더 근접한 것이다(‘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L'existence pré cè de l'essence’, Jean-Paul Charles Aymard Sartre, 1905∽1980). 향후 국내에서 곧 사용이 가능해질 새로운 약제들의 CVOTs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 또한 기대되며, 현재의 2형당뇨병 환자관리에 있어서는 고혈당 해결을 넘어 환자의 CVDs와 DKD 위험을 인지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