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료 환경에서 자동 인슐린주입의 임상 적용
Application of Automated Insulin Delivery in Korean Clinical Pra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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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In contrast to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US), conventional insulin pumps have not been widely used in East Asia, even among people with type 1 diabetes. Clinical experiences in Europe and the US indicate that automated insulin delivery (AID) can successfully improve the quality of glucose control even in people with type 1 diabetes who do not have experience with conventional insulin pumps. Therefore, prior use of a conventional insulin pump was not a requirement for successful introduction of AID. However, use of AID still requires full understanding of conventional insulin pump management, and AID-specific education as well. Besides basic information on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and conventional insulin pumps, people with type 1 diabetes starting AID should understand the difference between closed-loop and open-loop insulin delivery, should have reasonable expectations for AID, and should be motivated to engage in clinical follow-up to prevent discontinuation of the use of AID devices. Failure to provide AID-specific education before and after the introduction of AID would result in discontinuation of the use of AID devices, which would in turn result in suboptimal glucose control. In this review, I summarize lessons from clinical experience where AID is already in clinical use, and discuss what preparations should be made for successful introduction of AID in Korean clinical practice.
서론
연속혈당측정(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과 연동된 인슐린펌프는 어느 날은 극심한 야간 고혈당이, 어느 날은 새벽에 생명을 위협하는 저혈당이 나타나는 1형당뇨병 환자에게 마치 부분 자율 주행이 탑재된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는 이득을 제공한다. 야간과 공복 시의 인슐린주입을 완전히 자동화한 자동 인슐린주입(automated insulin delivery, AID) 기기가 국내에도 사용이 시작되고 있는데, 현재 임상 사용이 허가된 기기들은 식사 전후의 혈당조절에는 식전 볼러스 주입을 위한 탄수화물 계량이 필요한 ‘하이브리드 폐회로(hybrid closed-loop)’ 기기들이다. 이는 운전에 비유하자면 복잡한 시내 운전을 할 때는 인간의 개입이 많이 필요하지만 부분 자율 주행이 탑재된 자동차를 타고 한적한 고속도로 운전을 할 때는 인간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듯이, 급격한 혈당 변화를 보이는 식사 전후의 혈당조절은 사용자의 개입이 많이 필요하지만 식사를 하지 않는 야간에는 기본적인 생활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인간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자동화된 혈당조절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극심한 야간 혈당의 변동을 보이던 1형당뇨병 환자도 매일 아침에 저혈당 없이 정상 혈당으로 일어나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마치 부분적인 자율 주행 기능이 있는 자동차를 처음 운전하게 되면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되듯, 수동 모드로 인슐린펌프를 익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도 AID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새로운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저혈당의 교정, 운동 시 저혈당의 예방을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고, 식전 볼러스를 너무 늦게 주입하는 것도 추가적인 문제가 된다. 본 글에서는 진료실에서 처음 AID를 시작하는 것을 권유할 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할지, 또 수동 모드 인슐린펌프에 비해 특히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를 다루고자 한다.
본론
1. 인슐린펌프 사용 경험이 없는 경우, 처음 AID 시작을 권유할 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할 것인가?
다양한 AID 기기에서 기기 종류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나타나는 이득은 야간 혈당조절의 개선이다. 따라서 밤마다 어떤 날은 저혈당이 생기고 어떤 날은 심한 고혈당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AID의 1차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기저인슐린을 일괄적으로 올리면 저혈당이 나타나고, 낮추면 고혈당이 발생해서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을 아무리 잘 교육해도 하루 1회 기저인슐린 주사로는 혈당조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AID를 사용한 혈당조절도 주간에는 완전히 자동화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인슐린펌프처럼 볼러스 계산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1형당뇨병 환자의 60% 이상에서 인슐린펌프가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1형당뇨병 자체의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전체 1형당뇨병 환자의 5% 미만에서만 인슐린펌프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볼러스 계산기를 이용해 본 환자나 의료진은 더욱 드물다. 그래서 국내에서 AID를 시작하려면 먼저 볼러스 계산기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AID 알고리듬 시작 이전에도, 수동 모드의 인슐린펌프 적용 시 볼러스 계산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다회인슐린주사 대비 일정 수준의 혈당조절 개선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경우, CGM으로 평가한 목표 범위 내 시간(time in range, TIR)이 불과 46.9%였던 환자군에서도 수동 모드의 인슐린펌프 적용 시 TIR이 56.3%로 증가하고, 자동 모드에서는 더욱 높아져 71.9%에 달하는 결과가 보고된 바가 있다. 다만 이는 인슐린펌프를 수동 모드로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이 선행된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1].
따라서 인슐린펌프 경험자가 워낙 적은 우리나라는 AID를 소개할 때 볼러스 계산기의 개념을 같이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탄수화물계수나 교정계수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식전 볼러스인슐린주입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할 탄수화물 양을 알려주면 자동으로 몇 단위를 쓸지를 최적화해서 반자동화는 해준다고 소개하고, 나중에 AID 기능이 없는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더라도 볼러스 계산기는 계속 쓸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즉 인슐린펌프 사용 경험이 드물고 특히 볼러스 계산기를 사용하는 환자가 극히 드문 국내에서는 기저인슐린주입의 완전한 자동화와 함께, 식전 볼러스인슐린주입의 반자동화로 AID의 이득을 설명할 수 있다.
AID의 경험이 누적된 서구의 연구 결과를 보면 통상 고식적인 인슐린펌프 사용에 비해 10~15% 정도 향상된 TIR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나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정도의 상승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며, 연구 시작 전 기저 시점의 TIR이 낮았던 사람들에서 더 큰 폭의 상승이 관찰되었다[2]. 즉 최종 TIR이 80%를 넘어서 완벽에 가까운 혈당조절이 된 사람들은 기저 시점에도 TIR이 70% 정도로 높았던 사람들이었고, 사용자에 의한 교정 볼러스 주입(user-initiated cor-rection bolus)을 자유자재로 썼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존에 인슐린펌프를 잘 사용하던 사람에서 완벽에 가까운 혈당조절을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저 시점에 TIR 이 40% 정도로 좋지 않았지만 AID의 적용 후 20% 이상이 상승해 최종적으로 TIR이 70% 이상까지 상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AID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공 췌장’이라 불릴만한 완벽한 혈당조절은 고도로 교육된 환자에서만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에서도 다른 수단으로는 달성할 수 없던 수준의 개선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AID의 이득을 설명할 수 있고, 최근의 국제 지침도 AID의 이득이 예상되는 환자군을 정의할 때 기저 시점의 TIR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이러한 지침은 인슐린펌프를 기술적으로 잘 다룰 줄 알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사회적 환경 및 보험 급여의 적용이 잘 준비되어 있으며, 정신적으로 섭식장애나 정신과적 문제가 없는 환자군에서 AID의 성공적인 적용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3].
2. 인슐린펌프를 제대로 교육받고 사용해 본 경우, 수동 모드의 인슐린펌프에 비해 특히 무엇을 주의해야 할 것인가?
AID의 성공적인 적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볼러스 계산기의 사용 방법을 비롯한 고식적 인슐린펌프를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육이다. 그러나 이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며, 고식적 인슐린펌프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추가로 필요한 교육이 있다.
첫째로, AID가 식전 볼러스 주입을 놓친 상황(missed bolus)에서 식후 혈당조절에 일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볼러스 시점을 적절히 하는 것(bolus timing)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인슐린펜과 펌프를 막론하고, 똑같은 용량의 초속효성 볼러스인슐린을 주입해도 식사로부터 15~20분 전에 했는지 식사 직전이나 식사 후에 했는지에 따라서 식후의 혈당 최고치(peak glucose)가 30% 차이가 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4]. AID 사용 중에도 초속효성 인슐린의 작용 시간은 똑같이 15~20분의 지연이 있기 때문에 식전 볼러스인슐린은 식전 15~20분 전에 주사하고, 가능한 한 당지수가 낮은 식사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AID 사용 중에 더욱 중요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식전의 볼러스인슐린주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AID 기기는 혈당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저인슐린주입 속도를 크게 올리게 되며, 이후 뒤늦은 시간에 식사 볼러스인슐린의 주입이 이루어지면 식사 볼러스인슐린은 남아있는 상태에서 기저인슐린주입을 감량한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아 식후의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AID 시 유의할 점은, 원칙적으로 식후 혈당의 최고치는 주사시간의 적절성이나 식사 내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후 4시간까지의 혈당 추이를 보고 탄수화물계수를 조정하지만, AID 시는 기저인슐린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식후 저혈당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식후 1~2시간의 혈당도 고려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탄수화물-인슐린 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고식적인 인슐린펌프 사용 시에 비해 10~20% 정도 낮은 탄수화물-인슐린 비(즉, 같은 탄수화물에 대해 더 높은 볼러스인슐린 용량)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자동인슐린주입이라도 저혈당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경험을 쌓은 후 자동 모드에서 식후에 추가로 요구된 인슐린을 식전에 선 반영하도록 교육하여 탄수화물계수를 조정하도록 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둘째로, 운동 전에 간식을 먹는 것도 AID 적용 중에는 위험할 수 있다. CGM으로 얻은 포도당 수치는 실제 혈당보다 느리게 변화하고, AID는 기저인슐린주입 속도를 CGM상의 포도당 수치에 기반해 조정하므로, 저혈당을 예방하겠다고 운동 전에 먹은 간식이 오히려 운동하는 도중에 기저인슐린주입 속도를 높일 수가 있다. 그제서야 AID 알고리듬이 기저인슐린주입 속도를 낮추거나 멈추겠지만, 이미 저혈당을 예방하기에는 늦은 상태가 된다(Fig. 1;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 자동 인슐린 주입 펌프의 시작) [5]. 따라서 AID 기기의 운동 모드를 운동 1시간 전부터 미리 활성화하고, 간식섭취가 필요한 경우 운동 직전이나 운동 중으로 미루는 것이 적절하다.
셋째로, 저혈당을 교정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CGM으로 얻은 포도당 수치는 혈당보다 늦게 올라가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 후 혈당이 아직 충분히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여 탄수화물을 한 번 더 섭취하게 되면 혈당이 뒤늦게 큰 폭으로 오르게 되는데, 이때 AID 알고리듬이 기저인슐린주입 속도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또 다른 저혈당이 오게 될 수 있다(Fig. 2;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 자동 인슐린 주입 펌프의 시작) [5].
결론
국내에서는 AID가 인슐린펌프 대중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고식적 인슐린펌프의 사용이 드물었던 국내 진료 환경에서는 인슐린펌프 사용 경험 없이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적절한 교육을 하는 경우에는 AID를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AID의 가장 큰 이득은 야간의 혈당조절을 개선하는 것이므로 야간 혈당의 변동성이 큰 사람들이 특히 적극적으로 권유할 만한 대상이 되겠다. AID의 성공적인 적용에는 결국 수동 모드의 인슐린펌프 교육이 가장 중요하나, AID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주의할 점들에도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