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2005년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위원회(Commission on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를 설립하였으며, 건강 형평성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정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계적인 운동을 촉진하고 있다[
1].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평가하고 개입하는 사회복지 전문직은 역사적으로 건강관리에 사회적 돌봄을 통합해왔다. 특히 보건의료현장에서 사회복지사는 환자의 사회적 욕구(social needs)를 해결함으로써 건강 결과(health outcome)를 개선하고 건강 격차(health disparities)를 줄여왔다[
2,
3].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의 만성질환 관리가 강조되고 있어, 향후 환자의 사회적 욕구를 평가하고 개입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본 원고에서는 당뇨병환자의 건강에 있어 사회적 결정요인의 중요성을 개관하고, 실제 당뇨병환자의 사회적 욕구를 평가하고 개입한 사례 제시를 통해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한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WHO에서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4].
“사람들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살고, 일하고, 나이를 먹는 환경과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들을 말한다. 이러한 환경은 경제, 사회 정책, 정치와 같은 더 넓은 범위의 힘에 의해 형성된다.”
WHO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개념적 틀의 핵심적인 구성은 사회경제적 및 정치적 맥락(socioeconomic and politi-cal context), 구조적 요인(stuctural determinants),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position), 중재요인(interme-diary determinants)이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맥락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이 환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형성하고, 환자의 소득, 교육, 직업, 성별, 인종 등의 요인에 의해 계층화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다시 물리적 환경, 행동과 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 보건체계와 같은 중재요인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의해 건강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WHO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의 개념적 틀은 건강 불평등의 요인을 발견하고, 주요한 요인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설명하는 목적이 있다. 그래서 환자가 치료순응도가 낮을 경우, 보건의료 전문가는 다양한 사회적 결정요인 중에서 어떤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5].
당뇨병과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현재 많은 당뇨병환자에 대한 치료적 개입은 당뇨병을 관리하거나 증상을 최소화하는 임상적 개입과 함께 식단 개선, 신체활동 증가, 약물 치료를 포함한 행동 변화를 결합한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개입이 당뇨병환자의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장기적으로는 당뇨병합병증, 이환율, 조기 사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당뇨병환자의 건강 결과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는 저소득, 고용 불안, 낮은 교육 수준, 열악한 생활환경과 같은 물리적 및 사회적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교육, 주거, 음식 접근성과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은 2형당뇨병 환자의 발병과 경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이러한 사회적 결정요인을 충분히 다루지 않으면 당뇨병환자 인구집단의 건강 개선에 있어 지속적인 주요한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임상 현장에서 보건의료 전문가와 당뇨병교육자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건강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사회적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고, 관련 보건의료 정책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6]. 2013년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도 당뇨병전단계 및 2형당뇨병의 사회생태학적 결정요인(socioecological determinants)에 대한 과학적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당뇨병환자의 질병관리 개입에 있어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중요하게 다룰 것을 강조하고 있다[
7]. 2021년
Diabetes Care 학술지에 출간된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and diabetes: a scientific review’ 논문에서는 당뇨병환자를 교육 · 상담 시에 사회경제적 상태(교육, 수입, 직업), 이웃과의 물리적 환경(주거, 건축 환경, 위해한 환경 노출), 식품 환경(식품 안정성, 식품 접근성, 식품 가용성), 의료 이용(접근성, 비용, 서비스 질), 사회적 맥락(사회통합, 사회적 자본, 사회적 지지)과 같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하였다[
8].
2017년 미국가정의학저널에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3곳의 외래에서 임상사회복지사(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가 당뇨병환자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및 사회복지상담이 당뇨병환자의 질병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9]. 연구 결과 임상사회복지사는 약물지원이나 건강보험 자격 취득과 같은 사회적 보호 활동, 사회적 지지 강화, 교통 지원,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의뢰, 고용 지원, 음식 접근성 증진 등의 활동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상담 후 당뇨병관리가 잘되지 않는 환자군에서 당화혈색소와 저밀도지단백질 콜레스테롤이 개선되었다[
9]. 이러한 결과는 보건의료 현장에서 당뇨병관리가 잘 되지 않는 환자에 대해 사회복지상담을 의뢰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욕구 평가와 개입의 실제
병원에서는 당뇨병관리가 잘 되지 않는 취약계층 환자들이 사회복지사에게 의뢰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사회복지사는 당뇨병환자의 질병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욕구를 평가하고 개입하게 된다. 사회복지상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사회복지사가 당뇨병환자의 사회적 욕구를 선별하고 개입한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1. 사례 개요
• Case: 김○○ (여/74세), 독거노인
• 약 20년 전 2형당뇨병을 진단받고 다회인슐린요법(하루 4회)을 시행 중이며, 2∼3개월 전부터 저혈당 증상을 보여 당뇨 병 조절을 위해 입원 치료함.
• 당화혈색소 7.2%
• 고졸. 20대에 간병사로 활동했으며, 남편과 결혼 후 가정주부로 지냈음. 남편 사망 후에 혼자서 생활해왔으며, 슬하에 자녀 없음.
•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정부보조금으로 생활 중임.
• 임대주택에서 거주 중.
• 독립적인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황임.
• 장애등급: 해당 없음.
• 장기요양등급: 해당 없음.
-
• 지지체계
2. 당뇨병자기관리
• 인슐린: 하루 4회 주사. 20대에 간병사 일을 해서 주사하거나 혈당 체크에 어려움 없음.
• 식사: 하루 2끼 식사. 식사 준비가 어렵고, 입맛이 없어 거르는 경우 많음.
• 운동: 전반적인 상태 저하로 일상생활 거동이 힘들어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음.
• 혈당측정: 하루 3∼4번 식후 측정함.
• 발관리: 발을 씻으면서 매일 관찰함.
• 술: 마시지 않음.
• 담배: 피우지 않음.
1) 1순위 사회적 욕구(음식 안정성)
식사 준비도 어렵고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건너뛰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인슐린주사의 어려움과 저혈당 증상 관리의 어려움이 증가하면서 식사를 지원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 보고.
Fig. 1.
Social needs profile of patients.
2) 2순위 사회적 욕구(사회적 지지)
장애등록이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있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상태가 떨어지면서 누군가 실제적 지지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 보고.
3) 3순위 사회적 욕구(경제적 어려움)
의료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정부보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보고하며 경제적 지원에 대한 욕구 보고.
4. 사회적 욕구에 대한 개입
1) 1순위 사회적 욕구(음식 안정성)
동주민센터를 통해 ‘돌봄SOS사업’ 식사배달과 인근 노인복지관에 음식 지원 가능성을 문의하였으며, 한 달간 식사배달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후 복지관에서 1회 죽, 밑반찬 배달 서비스 연계됨.
2) 2순위 사회적 욕구(사회적 지지)
• 기존에 연계되어 있는 ○○○○복지센터 가정방문 서비스(일주일 2회)와 보건소 가정방문(1개월 1회) 이외에 지역사회 연계 가능한 서비스를 확인하였으며, 주민센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환자의 의료적 상황을 설명하고 사례관리를 요청하여 사례관리 서비스와 ‘돌봄SOS사업’의 안부 확인, 건강지원 서비스를 연계함.
• 시설입소 가능성 논의: 지역사회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환자의 건강관리(당뇨병관리)와 생활을 하는 데 충분한 지지체계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인요양시설 입소에 대한 환자의 생각을 확인하였으나 당장은 시설 입소를 할 생각이 없다고 함. 추후 거동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커질 경우 입소하고 싶다고 하여 필요시 주민센터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나 본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안내함.
3) 3순위 사회적 욕구(경제적 어려움)
입원 시 발생한 입원치료에 대해 거주지 동주민센터의 서울형 긴급지원사업에서 100만 원 한도로 치료비 지원이 결정되어 퇴원 시 치료비 지원을 받고 퇴원함.
사회적 욕구 평가와 개입의 한계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사회 돌봄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사업이 실시되었다. 이후 커뮤니티 케어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제공기반 구축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10]. 하지만 지역사회 내 인프라가 아직은 환자를 지역에서 돌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돌봄 서비스 자체가 없거나, 지역별로 서비스의 차이가 있거나, 서비스 신청 대상 조건이 한정적인 경우도 있고, 서비스 제공 횟수나 수준이 환자의 욕구보다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역사회 내 돌봄 서비스 부족으로 요양병원에 사회적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향후 환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보건복지 서비스를 받으며 살던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서비스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결론
건강 격차를 만들 수 있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해 보건의료 전문가와 당뇨병교육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의 당뇨병자기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욕구를 평가하고 필요시 사회복지상담을 의뢰하는 것은 환자의 질병관리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지역사회 통합 돌봄 인프라가 구축되고는 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질병관리를 도울 수 있는 보건복지 서비스가 확충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욕구가 일반 인구집단보다 클 수 있는 취약계층 당뇨병환자에 대해 교육·상담 시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 전문가와 당뇨병교육자는 임상현장에서 당뇨병환자의 사회적 욕구에 대한 평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현장의 목소리가 보건복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