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기존의 당뇨병 치료 목표는 당뇨병이 비가역적인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기반으로, 생활습관 교육과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당뇨병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혈당조절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2009년 미국당뇨병학회 전문가 그룹은 당뇨병의 관해(remission)에 대한 정의를 제안했다[1]. 이들은 1형당뇨병의 경우 췌장이식과 췌도이식, 줄기세포 이식의 발전, 하이브리드 폐회로 자동 인슐린주입 기술의 발전을 통해 관해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2형당뇨병의 경우 대사수술(metabolic surgery)을 통한 호르몬 변화와 체중감소가 관해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설명하였다. 최근에는 GLP-1수용체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와 GLP-1/GIP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이중 작용제, GLP-1/GIP/글루카곤 삼중 작용제의 발전을 통해 대사수술에 버금가는 체중감소를 이룸으로써, 2형당뇨병 관해가 실현 가능한 치료 목표로 자리잡았다. 본 글에서는 2형당뇨병 관해와 관련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고, 2형당뇨병 관해의 정의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간략히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1. 2형당뇨병 관해 연구
미국의 122,781명의 2형당뇨병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사수술이 아닌 일반적인 약물치료로 약 7년 동안 관찰한 결과, 당뇨병 관해의 누적 발생률은 약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병기간이 2년 미만인 환자에서는 관해 비율이 4.6%로 다소 높았다[2]. 또한, 2,297,700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 연구에서 일반적인 진료 환경에서는 2형당뇨병의 관해가 1.7%로 드물었으나, 유병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3∼5년인 경우보다 관해 가능성이 2.87배 높았다. 또한, 체질량지수 감소가 10% 이상인 경우는 5% 미만인 경우와 비교해 관해 가능성이 3.57배 높았다[3]. 이 두 연구를 종합해보면, 2형당뇨병 치료에서 일반적인 약물치료로 인한 관해는 드물지만, 유병기간이 짧거나 체질량지수 감소가 큰 경우 관해의 가능성이 높았다.
대사수술은 체중감소뿐만 아니라 호르몬 변화를 통해 2형당뇨병 관해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3년 동안 대사수술을 받은 그룹과 약물 또는 생활습관 치료를 받은 그룹의 관해 비율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대사수술 그룹의 관해 비율이 37.5%인 반면, 약물 또는 생활습관 치료 그룹에서는 2.6%에 그쳤다[4]. 대사수술 후 당뇨병 관해를 예측하는 인자로는 젊은 나이, 수술 전 혈당조절이 양호했던 경우(인슐린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혈당강하제의 개수가 적은 경우), 당뇨병 유병기간이 짧은 경우, 그리고 체중감소가 큰 경우에 관해의 가능성이 더 높았다[5].
집중적인 생활습관중재가 2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Look AHEAD 연구가 있다[6]. 이 연구에서 집중적인 생활습관중재 그룹은 일반적인 교육만 받은 그룹보다 체중감소가 더 컸다. 중재 그룹의 당뇨병 관해 비율은 1년 추적 시 11.5%, 4년 추적 시 7.3%였던 반면, 일반적인 교육 그룹은 약 2%에 불과했다[7]. 저열량식사 중재(850 kcal 의 저열량식사를 12주에서 20주 동안 제공하고, 이후 2주에서 8주 동안 정상 식단을 재개한 후 52주간 체중 유지, 총 1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당뇨병 관해를 조사한 DiRECT 연구에서는 중재 그룹의 24%에서 15 kg 이상의 체중감소가 나타났으며, 당뇨병 관해는 46%에서 관찰되었다[8]. DiRECT 연구와 유사한 중재를 시행한 DIADEM-I 연구에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한 참가자들 중 21%에서 15% 이상의 체중감소가 관찰되었고, 당뇨병 관해 비율은 61%로 DiRECT 연구보다 더 높았다[9]. 이는 DIADEM-I 연구의 참가자들이 DiRECT 연구의 참가자들보다 젊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3년 미만으로 짧았기 때문에 관해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영국에 거주하는 남아시아계 성인 25명을 대상으로 한, 저열량식사 대체를 통한 2형당뇨병 관해 연구(STANDby)에서는 중재 4개월 후 당뇨병 관해가 약 43%에서 나타났다[10].
앞선 연구들은 체중감소가 2형당뇨병의 관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DiRECT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개월 동안 체중이 5 kg 미만으로 감소한 경우 당뇨병 관해율은 7%였지만, 5∼10 kg 감소 시 34%, 10∼15 kg 감소 시 57%, 15 kg 이상 감소 시 86%로 나타났다[8]. 특히, DiRECT 연구는 저열량식사 중재를 통해 당뇨병 관해를 달성한 그룹에서 췌장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췌장의 부피와 모양이 회복됨을 증명하였다[11]. 또한, 저열량식사 중재로 인한 췌장과 간의 트라이아실글리세롤(triacylglycerol) 감소가 베타세포 기능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당뇨병 관해의 기전으로 설명하였다[12].
2. 당뇨병 관해의 정의
당뇨병 관해의 정의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2021년 미국당뇨병학회의 합의 보고서를 통해 보다 간소화되었다[13]. 이에 따르면, 혈당강하제를 적어도 3개월 이상 중단한 상태에서 당화혈색소(HbA1c)가 6.5% 미만으로 유지될 때 당뇨병 관해로 간주한다. 이러한 간소화된 정의는 향후 연구에서 당뇨병 관해의 공통된 기준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당뇨병 관해를 달성했더라도 체중증가와 함께 혈당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화혈색소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혈당의 상승에 따른 대사적 기억(metabolic memory)이나 유산 효과(legacy effect)로 인한 당뇨병합병증, 혹은 급격한 혈당강하로 인한 미세혈관합병증도 추적할 필요가 있다[13].
최근 대사성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감소, 약 15% 이상의 감소를 달성한 GLP-1수용체작용제(semaglutide)와 GLP-1/ GIP 이중 작용제(tirzepatide), GLP-1/GIP/글루카곤 삼중 작용제(retatrutide)의 발전으로 당화혈색소를 정상에 가깝게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현재 당뇨병 관해의 정의는 혈당강하제를 중단하고 당화혈색소가 6.5% 이하로 유지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GLP-1 기반 약제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증가와 혈당 상승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들 약제를 지속하면서도 당뇨병 관해를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
여러 연구를 통해 적극적인 생활습관중재 또는 저열량식사, 대사수술, GLP-1 관련 약제를 통한 체중감소가 당뇨병 관해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당뇨병의 조기 단계일수록 췌장의 베타세포 회복이 잘 이루어지며 이는 2형당뇨병의 관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나이가 젊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짧으며, 당뇨병 조절이 잘된 경우(인슐린을 사용하지 않거나 혈당강하제의 개수가 적을 때), 체중감소가 큰 경우에 관해가 더 잘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한 당뇨병 관해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므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당뇨병 관해에 대한 정의는 앞으로도 논의가 더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및 합의안이 요구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 인구를 고려할 때 당뇨병 발생 자체를 지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당뇨병이 발생했더라도 관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를 하는 것이 당뇨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