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당뇨병은 주요 대사장애이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2021년에는 20∼79세 성인 중 10.5%가 당뇨병에 이환된 것으로 추정되었다[1].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에 이환되어 있고, 그 유병률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2]. 당뇨병은 크게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으로 분류되며 두 유형 모두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질환군을 포함할 수 있으나, 특히 2형당뇨병은 매우 다양한 질환을 포함하는 질환군이다[3-5]. 병인론적으로는 1형당뇨병은 주로 면역 매개 베타세포 파괴에 의한 것이고, 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결합된 광범위한 베타세포 기능장애를 나타낸다. 당뇨병 유형이나 병인론과 무관하게, 당뇨병 발생의 최종 결과는 고혈당증이며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는 환자의 혈관합병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6].
이전 연구에서는 당뇨병환자 중 5∼15%가 1형당뇨병인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이는 주로 고소득 국가의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7-9].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1형당뇨병의 유병률은 크게 감소하여, 2%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10]. 한국에서 1형당뇨병의 비율은 조사 기관이나 방식, 1형당뇨병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전체 성인에서의 비율을 특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아 및 청소년에서의 1형당뇨병 유병률은 2017년 기준 약 10만 명당 41.71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11]. 1형당뇨병에는 또한 성인잠재자가면역당뇨병(latent autoim-mune diabetes of adults, LADA)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2형당뇨병 환자보다 인슐린분비능 감소 및 인슐린치료의 필요성이 더 빨리 진행하는 형태이다. LADA는 기전적으로 자가면역에 의한 것이나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는 경우 LADA 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는 자가면역이 있는 경우에도 인슐린저항성이 당뇨병의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여,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5]. 위와 같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중장년 이후의 1형당뇨병 발생은 2형당뇨병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고[12] 반대로 젊은 사람에서 1형당뇨병이 발병할 때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으면 2형당뇨병으로 오인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당뇨병의 병형과 무관하게, 당뇨병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 환자에서 혈관합병증의 위험을 비교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며, 특히 직접 비교한 연구는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본 종설에서는 이전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이 주제에 대해 고찰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
1.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이전의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2형당뇨병에 대한 보고이다. 102개의 전향연구를 포함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혈관질환이 없는 698,782명을 포함한 분석에서 2형당뇨병의 위험비(hazard ratio)는 관상동맥질환에 대해 2.00 (95% 신뢰구간 1.83 to 2.19),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1.56 (95% 신뢰구간 1.19 to 2.05), 출혈성 뇌졸중은 1.84 (95% 신뢰구간 1.59 to 2.13), 기타 혈관 사망은 1.73 (95% 신뢰구간 1.51 to 1.98)으로 나타났다[13]. 이 결과에 따르면 2형당뇨병은 혈관질환의 위험을 일반적으로 2배가량 증가시킨다고 요약할 수 있다.
반면, 1형당뇨병의 심혈관위험에 대한 연구는 다소 제한적으로 보고되어 있다. 166,027명의 1형당뇨병 환자와 일반 인구 대조군을 대상으로 하는 10개의 관찰연구를 포함한 메타분석에서 관상동맥질환의 전체 상대위험도(relative risk)는 9.38 (95% 신뢰구간 5.56 to 15.82), 심근경색의 경우 6.37 (95% 신뢰구간 3.81 to 10.66)로 나타났다[14]. 스웨덴의 NDR (National Diabetes Register)을 기반으로 한 1998∼2012년 기간의 코호트연구에서는 1형당뇨병 환자가 일반 인구 대조군에 비해 기대 수명이 현저히 줄어들고, 어린 나이에 진단될수록 사망 위험과 심혈관 사망 위험이 3배에서 10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1형당뇨병을 10세 이전에 진단받은 경우는 그 위험이 더욱 높고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성은 수십 배까지 높아지는데, 구체적으로 전체 사망률의 위험비는 4.11 (95% 신뢰구간 3.24 to 5.22), 심혈관계 사망은 7.38 (95% 신뢰구간 3.65 to 14.94), 관상동맥질환은 30.50 (95% 신뢰구간 19.98 to 46.57)으로 나타났다. 즉 당뇨병 자체로 인한 혈관질환의 위험도 상승은 1형당뇨병의 경우가 2형당뇨병에 비해 위험성이 현저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15].
최근 경구혈당강하제뿐 아니라 인슐린, 스타틴 등 여러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일반 인구와 당뇨병환자 모두에서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줄어들었다. 스웨덴의 NDR을 이용한 다른 연구에서는 당뇨병환자와 대조군에서의 사망률과 심혈관질환의 발생 추세를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조사하였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군에서 결과가 개선되었지만 당뇨병환자는 여전히 대조군보다는 상당히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16]. 특히 2형당뇨병 환자에서는 사망률 감소가 더디게 나타나 당뇨병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였다[16]. 이 코호트연구에서는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의 위험을 직접 비교하지 않았는데, 연구에 포함된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 환자군의 특성 차이가 컸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1형당뇨병은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고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 이 부분이 심혈관위험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반면, 2형당뇨병은 나이가 많고 저밀도지단백질(low-density lipoprotein, LDL)콜레스테롤, 비만, 고혈압 등 다른 위험 요인들이 많이 동반되어 이러한 공존 질환들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16]. 호주에서도 비교적 최근 레지스트리(registry)에 등록된 약 120만 명의 당뇨병환자(1형당뇨병 환자가 70,885명으로, 6%가 포함)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원인별 합병증 추세를 분석하였다[17]. 당뇨병 관련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추세는 1형당뇨병에서 대체로 안정적이었고 2형당뇨병의 경우 심근경색, 심부전, 저혈당으로 인한 입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 반면, 하지 절단과 고혈당으로 인한 입원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의 합병증을 직접 비교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는데, 두 군의 특성 차이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1형당뇨병 진단 시 평균 연령은 22.3세였고, 2형당뇨병의 경우 평균 연령은 58.2세였다. 당뇨병 유병기간은 1형당뇨병이 17.6년, 2형당뇨병이 10.3년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률 및 심혈관질환에 있어서는 연령이 절대 위험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당뇨병의 발병 연령은 1형 및 2형당뇨병에서 심혈관질환 결과뿐만 아니라 생존에도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15,18]. 즉 1형당뇨병 환자는 일반적으로 더 젊으며 단기적인 절대 위험도가 낮지만, 2형당뇨병 환자보다 오랜 기간 동안 고혈당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 2형당뇨병 환자는 발병 연령이 늦고 유병기간은 짧은 대신 나이가 많기 때문에 절대 위험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 환자의 혈관합병증을 비교할 때 이러한 차이 때문에 기준 요인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며 이는 매우 불균형하고 해석이 어려운 비교 그룹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인구 특성의 차이는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의 결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을 어렵게 하며,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의 심혈관위험을 비교하려면 이러한 특성을 일부 통일하거나 계층화하여 고려해야 한다.
2.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의 심혈관질환 비교 연구
당뇨병의 병형에 따른 차이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나이나 발병 시기를 통일하여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을 비교해야 한다. 이런 디자인을 가진 대규모 연구는 비교적 드문데, 본 종설에서는 이러한 디자인의 연구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연구는 호주에서 발병 시기가 15세에서 30세 사이인 1형당뇨병 환자와 같은 발병 시기를 가진 2형당뇨병 환자를 비교한 연구이다[19]. 발병 시기를 동일하게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형당뇨병에서 유병기간이 조금 더 길었고, 혈당조절 수준은 유사하였다. 2형당뇨병 환자가 유의하게 더 비만하였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동반율이 높았으며, 합병증 동반 비율도 더 높았다. 이들 두 군에 대한 20년 이상의 추적조사 결과, 젊은 나이에 발병한 2형당뇨병이 1형당뇨병에 비해 오히려 사망률, 심혈관계 사망률과 당뇨병합병증이 모두 유의하게 더 높았다.
두 번째 연구는 20세 미만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면서 진단 후 12개월, 24개월, 60개월에 재방문하여 다양한 위험 요인을 측정하고 5년 이상 추적 관찰하여 합병증을 평가했다[20]. 2형당뇨병 환자는 진단 시와 추적 관찰 시 나이가 더 많았으나 추적 시 유병기간은 두 군 모두 7.9년이었다. 혈당조절 수준은 비슷했으나 체질량지수는 2형당뇨병에서 훨씬 높았다. 합병증의 유병률은 2형당뇨병에서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 체질량지수 등을 포함한 다른 심혈관계 위험요인을 보정한 후 만성신질환, 망막병증, 신경병증과 같은 미세혈관합병증은 2형당뇨병에서 여전히 높았으나, 자율신경병증, 동맥경화증, 고혈압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대혈관합병증에는 비만 및 인슐린저항성과 관련된 요인들이 큰 역할을 하며, 미세혈관합병증에는 2형당뇨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요인들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을 해볼 수 있겠다[20].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시행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21]. 홍콩에서 시행된 이 연구는 40세 미만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2형당뇨병 환자를 비만도에 따라 정상체중군과 과체중군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2형당뇨병 환자가 나이가 더 많았고, 1형당뇨병 환자는 유병기간이 더 길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더 높았다. 심혈관위험 요소는 특히 과체중 2형당뇨병 환자에서 많이 동반되었다. 2형당뇨병 중 과체중 환자는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가장 높았으며, 정상체중의 2형당뇨병 환자가 그 다음으로 높았다. 1형당뇨병에 비해 과체중 2형당뇨병군은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위험비 15.3, 95% 신뢰구간 2.1 to 112.4) 및 말기신장질환(위험비 5.4, 95% 신뢰구간 1.8 to 15.9) 진행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러나 연령, 성별, 당뇨병 유병기간 및 체질량지수, 혈압 및 지질을 추가로 보정하면 유의성이 사라져, 이와 같은 대사적 위험 요소들의 동반이 위험도 상승에 주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하였다[21].
다음으로, 반대의 결론을 제시하는 연구들도 있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전국 단위의 코호트연구였다. 첫 번째 연구는 헝가리에서 수행되었으며, 이 연구에서는 1형당뇨병에서 전체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더 높았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성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1형당뇨병의 정의가 진단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한계가 있었다[22]. 두 번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연구로, 역시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연구에서는 조작적 정의를 설정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연구에서 보기 드물 정도의 정교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 환자의 평균 연령이 유사하게 나타나, 긴 당뇨병 유병기간으로 인해 인슐린분비 능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1형당뇨병으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23]. 이 연구에서는 1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는 상기 언급한 대로 진단의 문제 이외에도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고혈당의 누적 효과가 발생했을 가능성,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1형당뇨병 환자에서 여러 대사적 질환이 동반되었을 가능성 등이 있겠으나 구체적 이유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과 해석이 필요하겠다.
3. 당뇨병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당뇨병환자의 심혈관질환에 대한 위험 상승은 공통적 요인과 당뇨병에 특이적인 요인들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인 요인으로는 LDL콜레스테롤의 상승, 고혈압, 흡연 등이 있으며, 당화혈색소 수준, 알부민뇨과 같은 요인들은 당뇨병환자에게 특이적이다. 조정할 수 없는 인자로는 연령, 성별, 당뇨병의 유형이 있다.
1형당뇨병에서 혈당조절의 중요성은 중재연구에 의해 강조되며, 이는 DCCT (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s Trial) 연구 결과에 의해 뒷받침된다[24]. 이 연구는 1형당뇨병 환자를 평균 6.5년 동안 집중 요법과 기존 요법으로 무작위로 배정하여 비교하였다. 30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집중 치료를 받은 군은 심혈관질환 및 주요 심혈관 사건(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심혈관 사망)의 발생률이 대조군에 비해 약 3분의 1로 감소하였다. 반면, 전통적인 심혈관계 위험 요인은 1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에 부분적으로만 영향을 주며, 심혈관위험 점수는 일반 인구와 2형당뇨병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1형당뇨병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다[25]. 즉 1형당뇨병 환자와 2형당뇨병 환자에서 고혈당 자체는 심혈관질환의 공통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기타 심혈관계 위험 요인의 중요도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으며, 사망과 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인 연령이 다른 점이 두 병형의 심혈관계 요인이 다르게 보고되는 것에 큰 작용을 할 수 있겠다.
요약 및 결론
현재 한국에서는 1형 및 2형당뇨병의 유병률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11,26,27].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전 연구들에서 사망률 및 심혈관계 위험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병형인 젊은 2형당뇨병 환자의 유병률이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27]. 한국에서는 특히 비만 환자들 사이에서 젊은 나이에 발병한 당뇨병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어 공중 보건에 심각한 건강 및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만으로 인한 2형당뇨병의 발생은 특히 젊은 환자군에서는 어느 정도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하므로, 예방 및 관리에 초점을 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