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당뇨병 분야에서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The internet of things (IoT)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전 국민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실제 진료현장에 접목되어 당뇨병 진료환경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게 되었다[
1].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일반인들까지 플랫폼을 이용한 의사소통 및 자료의 공유에 능숙해지게 되었고, 의료 분야에서는 디지털헬스기기와 원격의료 시스템을 환자와 의사 모두 실제 경험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당뇨병은 만성질환이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과 집에서 측정 가능한 혈당값이 의료 행위 결정의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점에서 다양한 디지털기기 및 플랫폼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 질환 중 하나이며, 이에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당뇨병 진료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본 시론에서는 당뇨병관리에서 테크놀로지 혁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논해 보겠다.
본론
1. 혈당측정기 및 인슐린주입 기기의 발전
1) 간이혈당측정기 및 연속혈당측정기
간이혈당측정기는 손가락 끝 모세혈관에서 채혈침을 이용해서 채취한 혈액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로, 5만 원대의 혈당측정기를 구입하면 스스로의 혈당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다는 점에서 현재까지의 당뇨병 관련 테크놀로지 중 가장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간이혈당측정기를 이용한 자기혈당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인슐린주사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인슐린용량 조절이 용이하게 되었고, Diabetes Prevention Program에서 입증된 당뇨병 진행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조절 또한 자기혈당측정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
간이혈당측정기는 병원에 내원해서 시행할 수밖에 없는 정맥혈 채혈을 통한 혈당측정 방법보다는 간편하고 통증도 적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채혈 과정의 통증과 번거로움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해 피부에 삽입된 센서를 통해서 5분 간격으로 측정되는 간질액의 혈당값을 블루투스 연동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전송 받을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최근 기술의 발달로 센서 삽입 과정이 매우 간단해지고, 채혈침을 이용한 손끝 혈액 채취보다 삽입 시의 통증은 적어졌으며, 피부에 부착되는 기기의 크기 또한 작아지면서 당뇨병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건강 관리의 목적으로 상용화되는 단계에 도달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측정된 혈당값이 클라우드를 통해서 보호자의 스마트폰에도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환자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환자의 혈당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고, 이것은 소아 1형당뇨병 환자에게도 부모가 집 또는 직장에서 원격으로 자녀의 인슐린주사 용량을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당뇨병관리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자료가 병원의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에도[
2] 연동이 가능한 기기까지 개발되면서 의료진이 자료 캡처와 EHR로의 파일 업로드를 위해 추가적인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도 진료현장에서 편리하게 환자의 연속혈당측정 자료를 확인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입하였다. 연속혈당측정기 개발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가장 최신 모델의 연속혈당측정기는 손끝 자기혈당측정의 병행으로 연속혈당측정기의 측정값 보정을 주기적으로 해줘야만 했던 기존 모델의 번거로움까지 없애며 한 번 부착하면 추가적인 혈당 보정 노력 없이 10∼14일까지도 사용 가능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는 실시간 혈당값 기록과 함께 저혈당 및 고혈당 발생을 예측해 사전에 알람으로 알려주는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기에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을 하는 많은 환자들, 특히 1형당뇨병 소아의 치료 및 관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2) 인슐린펌프 및 인슐린펜
인슐린주입을 위한 기기인 인슐린펌프와 인슐린펜 또한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3]. 인슐린펌프는 자동인슐린주입 기능까지 구현되고 있는데, 튜브형 인슐린펌프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가 하나의 스마트폰을 통해 블루투스 연동이 되기 때문에 연속혈당측정기에서 확보한 혈당값을 기반으로 알고리듬에 따라 필요한 기저인슐린용량이 계산된 후 인슐린펌프의 주입량을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해 주는 일종의 폐쇄형 인공췌장 기능까지 가능하다[
4]. 또한 인슐린주입 튜브가 필요 없는 웨어러블 패치 형태의 인슐린펌프 또한 상용화되어 있는데, 인슐린 패치의 경우 튜브가 필요 없기에 주입선이 막혀 인슐린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곤 하던 기존의 튜브형 펌프의 문제점이 개선되었다. 1형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공급이 수 시간만 중단되어도 급격하게 당뇨병케토산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튜브 없이 패치에서 피하로 인슐린이 바로 주입될 수 있다는 점은 인슐린 패치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이다. 특히 펌프에 비해 크기와 부피가 매우 작아진 패치형 인슐린은 환자 피부에 직접 부착하기에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으며 작고 방수기능이 뛰어나 운동, 샤워 등의 일상 생활이 더욱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1형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주게 되었다. 인슐린 패치의 경우 외국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특정 회사 제품이 국내에서는 아직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 회사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슐린 패치를 개발하여 국내에 보급하였고, 인슐린 패치와 연속혈당측정기 연동을 통한 자동 인슐린주입 기능까지 탑재된 자동 인슐린주입 인슐린 패치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의 경우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려 현재 3∼4일 주기인 패치 교체 시기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 인슐린주입 기능이 가능한 인슐린펌프ㆍ패치는 1형당뇨병 환자 및 다회인슐린주사요법 환자에게 혈당조절의 이득이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용의 부담 및 수일마다 재부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로 전동형 스마트 인슐린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기록의 번거로움 때문에 인슐린주사 후 몇 단위를 주사했는지를 기억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정확한 주사량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예 주사 여부 자체도 헷갈려 하면서 인슐린 투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동형 스마트 인슐린펜은 투여된 인슐린의 단위 투여 시간이 블루투스를 통해 환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 전송되어 기록된다. 투여된 인슐린에 대한 정보는 스마트폰 앱에 역시 블루투스로 연동된 연속혈당측정기 또는 간이혈당측정기로부터 확보된 혈당 데이터와 함께 저장되는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부 스마트펜에서는 다음 인슐린투여량을 계산해서 권고해주는 알고리듬까지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인슐린펜은 아직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특정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 개시하였다. 다만, 기존의 인슐린펜과 비교하였을 때 스마트 인슐린펜은 인슐린 바이알에서 인슐린을 분주해서 전동 스마트펜의 인슐린 카트리지에 따로 주입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분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는 추후 분주 없이도 스마트 인슐린펜에 직접 장착이 가능한 1회용 인슐린 카트리지가 다양하게 출시될 경우 해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5].
2. 당뇨병 관련 생활습관 관리 앱 및 웨어러블 스마트워치의 발달
1) 생활습관 관리 앱의 발전
다양한 종류의 건강 관리 앱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건강 관련 앱인 눔(Noom)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앱으로, 식단 관리, 체중감량, 당뇨병ㆍ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특정 스타트업에서는 대사질환 관리 전문 앱도 출시하고 있는데, 성인병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자가로 측정한 혈압 및 혈당 측정 값을 개인의 측정 기기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블루투스를 통해 전송하여 시간과 함께 자동으로 기록되고,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촬영하면 이미지 기반 자동인식 기능을 이용하여 칼로리 및 영양소가 자동 기록되는 기능도 있다. 필자는 실제로 몇 가지 식사 및 운동 관련 앱을 직접 사용해 보았는데, 국내에 출시된 특정 앱의 경우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에 대해 사진 촬영만으로도 상당히 정확한 영양 및 열량 정보를 자동 기록해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과거 당뇨병환자에게 식사 관리를 위해 노트에 영양일지 작성을 강조했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발전하여 영양일지가 디지털로 손쉽게 자동 기록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에 당뇨병환자의 식사 관리에 상당한 이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당수의 앱은 음식, 운동, 수면, 그리고 일부에서는 혈당 및 혈압 데이터를 포함하며 환자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한 데이터에 기반한 1:1 코칭을 통해 환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며 식사 및 운동 관리를 도와주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눔의 경우 정신과 영역에서 입증된 인지행동치료 기반의 코칭을 제공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2) 스마트워치의 발달과 환자 유래 건강데이터(patient generated health data, PGHD)의 당뇨병 진료환경에서의 활용
앞서 언급된 건강 관리 앱은 스마트워치의 발달과 함께 건강 증진 테크놀로지로서의 유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6]. 필자의 경우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스마트워치 중 두 가지를 직접 이용해 보았다. 놀랍게도 수면의 양 및 질, 식사의 양 및 종류, 운동 시간 및 강도, 스트레스 지수 등이 상당히 세밀하고 정확하게 측정되어 분석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생활습관교정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에 산소포화도 측정 및 심전도 기능이 탑재되고, 심지어 혈압은 물론 비침습적 혈당측정까지 (의료용으로 쓰일 정도로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는 없을지라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PGHD를 잘 활용할 경우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 및 치료에 상당한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 과거 환자의 식사일지 및 자가혈당 값을 웹에 올려서 의료진이 관리하는 웹 기반 당뇨병관리는 국내에서도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보여준 바 있는데[
8],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PGHD를 병원의 EHR에 통합해서 진료현장에서 PGHD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경우, 진료현장에서도 PGHD를 기반으로 환자의 생활습관에 대한 실제적인 중재(intervention)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 테크놀로지 발전을 통한 당뇨병 정밀의료의 실현
1) 당뇨병에서 유전체 검사 테크놀로지 발전의 의미
유전체 분석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전장유전체검사가 100만 원 정도의 가격에 가능해지고, 전사체 및 후성유전체 분석 또한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종양 질환과 달리 다인자 유전 질환인 당뇨병은 일부 유전자 패널 검사만으로는 질환의 진단ㆍ치료ㆍ예후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당뇨병에서 유전 정보는 아직까지는 임상 적용보다는 연구 분야로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유전체 기술의 발달과 함께 분석 가격이 더욱 저렴해지고 있고,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규모의 유전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이 더욱 발달한다면 당뇨병에서도 유전정보를 통해 의미 있는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테크놀로지 발달을 통한 당뇨병 정밀의료의 실현
국외에서는 유럽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를 중심으로 당뇨병 정밀의료 추진계획(Precision Medicine in Diabetes Initiative)을 설립하고[
9], PGHD와 환자의 유전체ㆍ전사체ㆍ대사체 정보, 그리고 임상 정보를 결합하여 개인별 당뇨병 진단ㆍ치료ㆍ예후 전략 수립을 추구하는 당뇨병 정밀의료 구현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아직도 당뇨병이 다인자 유전이라는 이유로 당뇨병 정밀의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다양한 디지털의료기기의 발전은 당뇨병 치료에 매우 중요한 PGHD 생성을 가능하게 하였고,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너무나도 방대한 양인 유전체를 비롯한 다중 오믹스 정보 및 PGHD까지도 통합하여 환자 개개인에 맞는 알고리듬을 제시하고 당뇨병 예방ㆍ진단ㆍ치료ㆍ예후에 대한 예측값 산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100만 원을 지불하고 전장유전체검사 후 데이터를 EHR에 탑재하고 웨어러블 디지털기기, 스마트워치 및 스마트폰으로 획득한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주입 기록을 포함한 식사, 운동 등의 PDHD 또한 병원 EHR에 연동시킨 다음, 당뇨병 진료에 중요한 당화혈색소, 신장기능, C-펩타이드 등의 채혈실 검사값과 환자의 가족력 등의 임상정보까지 모두 EHR에 획득한 후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기계학습을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약제를 제안 받는 것이 언젠가는 진료현장에서 구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Chat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의 발달은 진료현장에서 의료진이 개별화된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인공지능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환자의 교육에 있어서도 대량의 정보에 기반해서 도출된 개별화된 정보를 환자와 손쉽게 자연어로 소통하면서 환자에게 행동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당뇨병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진료환경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질환 중 하나이다. 과거 당뇨병에서 테크놀로지라고 하면 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가 주요했지만, 이제는 IoT의 발달,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의 보급, 그리고 무엇보다 클라우드 시스템과 인공지능의 획기적인 발달은 당뇨병 진료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혁신은 앞으로 진정한 당뇨병 정밀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국내에서도 준비가 필요하겠다.